– 루터 종교개혁 500년 및 원효 탄생 1400년 기념 종교평화예술제
“눈부처를 본 순간 그 안에 내가 있기 때문에 나와 타인의 경계가 사라진다. 내안에 상대방과 공존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2017년 올해는 그리스도교와 불교계 모두에게 매우 의미 있는 해이다. 올해는 루터의 종교교혁 500주년이 되는 해임과 동시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원효의 탄생 1400주년이 되는 매우 뜻 깊은 해이기 때문이다. 루터와 원효는 시대와종교를 달리하지만, 그들은 공히 당시 자신이 속한 종교의 개혁을 강력하게 외친개혁가이자 위대한 사상가였다. 따라서 제2의 종교개혁이 더욱 요청되는 이 시대에 두 분의 종교개혁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것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한국의 종교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종교 간의 평화가 더욱 여실히 요구되는 해라고 볼 수 있다. 종교인과 예술인, 지식인들이 한마당에 모여 한국 종교의 평화를 염원하고 이를 굳건하게 자리하게 하기 위한 공동의 잔치,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및 원효대사 탄생 1400주년 기념 종교 평화 예술제”를 소개한다.
혼란의 시대, 원효와 루터에게 묻다
지난 10월 13일 서울시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열린 종교평화예술제 1부 행사인 종교개혁을 함께 생각한다 토론회 행사에 다녀왔다. 이 행사는 손원영교수불법 파면시민대책위원회, (사)한국영성예술협회, 마지아카데미의 주최로 개최되었으며 경동교회, 정법사, 금선사, 가나안교회, 정의평화불교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바른불교재가모임, 레페스포럼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해 1월 경북 김천에 위치한 개운사의 불당을 훼손한 한 개신교인을 대신해 불교인들에게 사과하고 훼손한 불상을 원래상태로 복구하는 일을 돕기 위해 불상회복운동을 펼친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에 대한 학교 측의 파면이 부당하다며 종교계와 학계, 시민단체 대표들이 발족한 단체이다. 손원영 교수는 “저는 그 사건을 접하고 목회자를 양성하는 한신학대학 교수로서 큰 자책감과 함께 불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사건이 있은 후, 저는 이제 운명처럼 불교와 깊은 인연의 세계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라는 소감을 전했다.
개혁자 루터와 그리스도교의 개혁
1부는 개혁자 루터와 그리스도교의 개혁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시작했다. 이정배 현장아카데미 원장은 “종교개혁 3대 원리의 세 ‘오직’ 교리에 대한 메타크리틱을 통한 ‘이후신학’ 모색” 발제를 통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히브리적 종교성이 아시아적 풍토에서 어찌 재구성될 것인지를 물어야겠다고 말한다. 새로운 기독교의 탄생을 기대하면서 가톨릭신학과 개신교적 기독교 ‘이후의 신학’을 물을 일이라고. 이를 위해 더욱 자기 발견적 해석학(觀)이 필요하며 특히 아시아 종교들속에서 성서에 부재한 새로운 가치를 묻고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구적 기독교로부터 희망을 말하는 일이 버겁다면 이제 아시아적 기독교로부터 평화와 공존을 구할 수도 있으며 아시아적 경전들 역시도 ‘오직 성서’의 지평에서 적극 수용되어 그 뜻이 재발견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백소영 이화여대 교수는 두 명의 카타리나: 만들어진 소명의 폭력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이어 나갔다. 이어 우리신학연구소 환경훈 소장의 교황청 개혁과 한국 천주교회의 개혁을 주제로 발제가 이어졌다.
보름스로 간 루터
1부 순서가 마무리 되고 마임 공연이 이어졌다. 한국영성예술협회 조성진 예술 감독은 보름스로 간 루터라는 제목의 마임 공연을 선보였다.
조성진 예술감독은 마임은 시적이고 상징적인 몸의 언어를 사용하며 사실적인 묘사를 하더라도 에피소드 이상을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상의 도움을 받아 역사를 연기하는 서사마임이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으로 뉴튼이 우주를 하나의 원리로 보여준 것처럼, 루터는 교회가 독점하던 하늘의 길을 열어 제친다. 그의 삶은 인류의 역사를 반복한다. 원시인들처럼 자연현상을 두려워하며, 고대인들이 희생제를 반복하듯 고해성사를 반복하지만, 마침내 성서라는 진리의 빛을 만나 어둠에서 빠져나온다. 한국 전통의 몸짓과 음악에 담아 말씀을 얻은 기쁨과 루터의 캐릭터를 신명풀이와 해학으로 풀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개혁자 원효와 불교의 개혁
2부 토론은 개혁자 원효와 불교의 개혁이라는 주제였다. 첫 번째 발제는 한양대학교 이도흠 교수의 ‘포스트세속화/탈종교 시대에서 화쟁적 불교 개혁의 길’ 발제는 617년 4월 28일 지금의 경북 경산시 자인면(신라 때 押梁郡 南佛地村 栗谷)의 마을의 밤나무 아래에서 원효(元曉, 본명 薛思: 617년 ~ 686)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1517년 10월 31일 이른 아침에 사제복을 입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1483~1546)가 비텐베르크 성교회(Wittenberg Castle Church)의 문에 95개조의 반박문(Ninety-five Theses)을 게시한다. 원효로부터 1400년, 루터로부터 500년이 흐른 지금,불교든 기독교든 혁명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는 말로 열어갔다. 그 외에도 인제대학교 이찬훈 교수의 발제 입전수수, 요익중생의 길: 원효의 계승과 불교 혁신의 길, 한국교원대학교 박병기 교수의 화쟁의 윤리와 평화의 길 등의 발제가 이어졌다.
새로운 종교의 시대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 공동대표인 원용철 목사는 “우리 사회는 다종교사회다. 내 종교만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준해야 한다. 손원영 교수가 개운사를 도운 것도 손 교수가 불교신자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개신교의 폭력적 행위를 나서서 반성한 것이다. 그럼에도 해직이 되고 말았다. 손 교수의 억울함을 푸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대화와 공존의 차원에서 불교도와 개신교인이 함께 종교간 화합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이번 ‘종교평화예술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반도의 종교, 특히 기독교와 불교가 함께 모여 원효와 루터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학술적인 동시에 실천적인 차원에서 천착해 보고자 양 종교를 대표하는 학자들과 신도들의 토론의 자리로 마련된 이 행사는 새로운 영성으로 한국 종교의 미래를 열어갈 전망을 보여주었다.
종교의 시대는 과연 끝난 걸까? 이 시대의 예수와 부처를 어디에 가면 찾을수 있을까? 원효가 살아 있다면 시대의 고통과 마주하라고 할 것. 상대의 눈에 비치는 눈부처를 보고, 그가 품은 나를 보고, 우리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있다는 말을 오래 생각했다.
취재수첩
사진출처: 손원영 교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