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채원

정말 이대로도 괜찮을까요?

– 프리뷰 : 2019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

[편집자 주] 이 글은 전환, 모색을 주제로 이 시대의 ‘개벽’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매달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과 열망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이번 호는 2016년출발하여 해마다 이어져 온 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오는 10월에 열릴 2019 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의 움직임들을 미리 만나보시고 그 현장으로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10월 어느 날이라는 잠정적인 날짜뿐입니다. 하지만 그 명확하지 않음이 더욱더 오늘의 생명운동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생명, 평화, 전환, 모색을 주제로 각자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모색, 전환, 생명, 평화를 키워드로 사람들이 모였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모임은 ‘2016년 생명평화 희망 워크숍’에서 출발하여 그해 무위당 장일순 선생을 기억하는 모임, 보은취회, 원불교100주년 행사 등으로 이어졌다.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이 모임은 온/오프라인에서 각자의 활동들을 공유하고 대화를 이어 나가는 하나의 네트워크로서 중요한 소통의 장이 되어 왔다. 작년 2월 연천에서 ‘2018생명평화활동가 대화마당’이 열렸고 올해는 오는 10월, 이 모임을 열게 되었다.

준비가 필요했다
당초 계획은 7월 초에 1박2일 혹은 2박3일로 모이는 것이었다. 80여 명이 소통하고 있는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제안이 있었지만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았다. 2016년 이후 각자가 속해 있는 단체의 소식을 공유하는 공간이었던 대화방이 그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현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왜 공감하지 못했는지 살펴야 했다.
‘대화’에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려면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쯤인지를 멈춰 서서 바라보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수한 ‘나’들을 묶어주는 각 단위들을 살피고 그 안에서 우리가 진짜 원하는 이야기를 펼칠수 있도록 각 단위들의 대표성을 갖고 모임을 구성하기로 했다.

생명운동이 동력을 잃은 걸까, 우리가 동력을 잃은 걸까
20명 가까이 모였다. 모인 사람들은 각자가 서 있는 자리, 하는 일들도 다양했다. 7월의 첫날이었다. 올해를 꼭 절반 살아낸 우리가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할까?
모임의 문을 열었다. 함께 모여 결정해야 할 것은 우리가 함께 이야기할 공동의 관심사, 주제를 찾는 일이었다. 원주한알마을 대표인 김용우 활동가,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인 유정길 활동가,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이사장 이무열 활동가, 세 분이 발제를 준비했다.
먼저 이무열 활동가는 발제를 통해 우리가 동력을 잃지 않았나 싶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존재 자체를 자성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 세대의 입장에서 자성해 본 일이 없는 것 같다. 노인문화가 전체 인구의 2/3 이상을 차지할때 4050세대는 큰 역할을 할 텐데 4050연찬회를 통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생명운동 진영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개벽파 선언을 언급하며 한살림선언 이후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러한 움직임들을 주목해볼 만하다는 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무열 활동가는 평화운동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담론과 문화운동으로서의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생명평화운동의 전개 가능성, 그리고 소통과 교류를 위한 미래세대와의 공생, 문화자본을 물려주는 문화 토대 속에서의 비전을 강조했다.
그다음으로 유정길 활동가가 발제했다. “개벽(전환)의 관점에서 생명평화의 한반도를 준비하다”라는 주제의 발제를 준비했다. 생명평화대화마당의 목적으로 다시 시작된 DMZ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남북 간의 평화의 분위기는 다시 조성되고 속도를 갖게 될 것이지만 대부분 통일문제에 대한 인식이 근대적 통일,성장 위주의 통일의식을 고조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강성대국’이나 ‘통일대박’ 등을 지향하는 부자되는 통일, 개발위주의 통일 의식은 통일에 있어 남한은 마치 북한을 식민지화, 미개발지구 간주, 남한식 개발을 이식하려하는 평화이며, 통일의 주체를 남과 북 인민/시민 양편 모두의 입장에서 보지 않고 남한 국민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각, 북한 인민을 이등국민으로 취급하여 그들의 자립과 자치에 무관심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개벽, 문명전환의 관점의 30-50년 뒤의 생명-생태-녹색,자립적 순환사회의 한반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관점에서 통일을 준비해야하며 전환의 시각으로 생명 생태 평화를 바라보며 지속가능한 발전, 순환사회,개벽의 시각 등의 새로운 시각을 확산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 어떤 시각을 제안하고 무엇을 제기할 것인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하여 발표 주제를 ‘남북미정상회담과 남북평화의 현황과 미래’. ‘평화운동과 통일운동의 논의와 구상’, ‘전환의 관점에서 생명생태평화의 한반도를 어떻게 구성한다’, ‘개벽의 시점에서 남북의 평화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등으로 세분화해서 고찰해 나갈 것을 이야기했다.
발제를 마치며 “개벽의 관점에서의 생명평화, 문명의 관점에서의 생명평화를 거대한 전환으로 도모하고 나아간다면 생명운동을 평화의 마음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거대한 이야기 안에 하나의 불씨가 있음을 떠올리게 했다.
이어 김용우 활동가가 준비한 발제의 주제는 ‘나눔과 공유의 생명평화 문화운동의 모색’이었다.
생명(평화)운동이 제창되고 30년이 흐르는 동안 생명운동은 우리 삶과 문명의 전환을 모색하면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이 확장 속에서 형성된 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은 세 차례 모임을 이어 오면서도 문명전환의 대중적이고 사회적인 논의와 모색의 방법에 대한 구체적 실천 방안이 없었음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경쟁과 투쟁의 구도에서 ‘욕망 추구적’ 생활문화를 강요하는 문명, 이에 대응하여 평화운동, 상생과 공동체운동, 교육운동, 협동운동 등 다양한 영역을 개척해왔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 ‘나눔과 공유(共有: commoning)’의 윤리는 정착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김용우 대표가 발제문에서 인용한 피케티의 대부이자 런던대 교수인 앤서니앳킨스(Atkinson)의 세대간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지면에 옮긴다.

“불평등에는 소득, 성별, 인종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 그중에서 최근에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세대 간의 불평등입니다. 우선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노년 세대기 이전보다 많이 일하게 돼 청년들은 이들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됐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인간이 하던 일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 젊은 세대들의 부담은 이전과 비교하면 더욱 커진 셈입니다. 또 노년 인구가 많아서 이를 받치기 위한 청년들의 세수 부담 역시 커지는 추세입니다. 아마 미래의 세대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년층을 부담해야 하는 불평등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런 부담은 출산 저하고 이어질 것이고, 더욱더 심화될 것입니다.”
김용우 활동가는 이 이야기에 주목하며 ‘생명운동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생명운동이 지금 하고 있는 다양한 운동들은 현실과 연동하여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음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화마당은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 사회의 세대간 불평등을 넘어 한반도 평화시대에 물적 토대의 평화적 운용체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어떤 삶의 문화를 만들지를 생각해 보는 자리였으면 싶다.”고 말한다.

우리는 왜, 만나야 할까
세 명의 발제자들이 준비한 순서가 끝나고 참석자들 사이의 질의응답이 진행 됐다. 글쓴이가 관찰자로, 기록자로 처음부터 이 자리를 지켜보며 든 생각은, 이 많은 사람들을, 그 먼 곳에서, 그 오랜 시간 달려 여기 이곳까지 오게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였다. 먼 길을 떠나 본 사람들은 안다. 버스길도 잘 닿지 않아 몇 번을 갈아타고 돌고 돌아 길 위에서 보내는 그 시간 위에 서서 떠올린 생각들, 만날 얼굴들, 만나서 어떤 인사를 할까, 무슨 말을 시작해야 할까, 헤어질 땐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무수한 생각들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시작한다.

“외로워서요”
첫마디부터 가슴이 울컥했다. 실상사에서 생명평화결사 조직을 만났고 공동체 활동들을 마음으로 동의하고 여러 활동을 했다는 이동열 활동가는 욕지도에서 왔다. 세대 간의 갈등에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표하며, 이런 말을 한다.
“다음 농사에 쓰일 씨앗은 아무리 궁해도 쓰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씨앗이라면 누군가 사회가 급하다고 해서 내가 내년에 쓰일 씨앗일 수도 있고, 후년에 쓰일 씨앗일 수도 있는데 누군가에 의해 소비되는 것은 마음이 아플 것 같습니다.
이 씨앗을 물려받을 사람이 생명평화라는 말 속에서 어떻게 다듬는가를 스스로 묻고 그 안에 다음세대를 걱정하는 마음이 깃들어져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 자리에 젊은 세대가 오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이어 제천에서 농업회사법인 ‘청년마을’주식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석주 활동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한석주 활동가는 순천 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에서 만난 인연으로 기부받은 농지 천 평은 현재 3천 평이 되어 청년 네트워크로 확장되었다. 상속하지 않고 농사지을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농사를 짓는다. 한석주 활동가는 “다음세대 고민은 하는데 왜 자기 고민은 안 하나? 근대의 투쟁과 경쟁, 욕망추구, 근대 패러다임으로 왔다는 것을 돌이켜 보면, 이 사회가 불안하다는 것 아닌가요? 우리의 노후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 지점에서 공유해야 하는 자본과 부동산이 사유화되면서 불화된 시초로 보이며, 생명 평화를 무너뜨리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봅니다.”
헛웃음이 나왔다. 세대 간 소통의 부재,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이 안에서 새로운 전환과 모색이 또 일어난 것이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정은 활동가의 이야기는 한층 더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정은 활동가는 슬로패션 ㅓ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우리 옷에 생명과 자원의 순환,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음 세대가 오려면 나의 모습을 보고 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그런 기반이 되어 있지않으면, 불안하다는 것 아닌가요? 그 불안요소가 없어야 합니다. 개인에게 욕구와 욕망이 잠재되어 있는데 어떻게 그런 것들을 잘 다듬어 우리가 어떤 롤모델이 될 수 있는지. 생각 없이 뛰어들었다가 자기 인생 자체에 전환점을 맞는 것이 아니라 ‘앗, 뜨거워’ 하고 다른 길로 가 버립니다. 나부터, 나의 생활들이 기본으로 되어 있고 그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는 점점 세대 간의 갈등을 넘어 ‘나로부터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기에 사회적 협동조합 서클랩 대표 신호승 활동가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갔다. “생명평화대화마당, 왜 하는 거지? 이 질문에 대한 공유된 답을 찾아야 하지 않나요?”

답은 정해져 있어, 우리는 대답만 하면 되는 것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열띤 토론은 계속되었다.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 표현의 방법만 다른 것 같은 이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안에 있는 ‘오늘보다 더 평화로운 내일’이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지를 스스로 묻고 또 물었을 것이다. 혼잣말에 익숙해져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은 아닐까?
2016년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각자가 꿈꿨던 샘을 열어 거대한 물줄기로 이어졌던 것은 ‘그때’의 요구였다. 3년이 흐른 지금 ‘오늘’의 요구는 무엇이며, 우리는 스스로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이것이 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에서 이루어져야 할 이야기의 흐름은 아닐까?
온라인에서 이야기가 구체화되지 않았던 이유가 ‘오늘’의 요구에 대해 ‘나’로 부터 길을 찾지 못했던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날 모인 사람들이 대화의 물꼬를 터 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으며 큰 틀에서의 의제를 온라인으로 더 토론하기로 하였고 7월 1일, 이날의 모임은 열린 결말로 다시 흩어졌다.
장소 섭외와 전반적인 진행을 위해 날짜만 10월 8일부터 10일까지로 정했다.
10월 8일 늦은 저녁에 모여 9일 하루를 오롯이 대화하고 10일에 자유롭게 해산하는 것이 올해 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의 흐름이다. 각자가 자기 이야기를 가져와서 대화의 장을 열며 사전에 온라인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 준비 모임을 한 차례 정도 더 하기로 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2019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의 문은 열려 있다. 스스로 생명(평화)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라면, 그리고 전환과 모색을 향해 가는 발걸음에 함께 하고 있는 벗들의 움직임을 나누고 싶은 활동가들이라면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내일을 꿈꾸는 우리는 언제나 외로우니까.


2019 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을 준비하며 모시는사람들(2019년 7월 현재) 전진택, 유정길, 김용우, 이무열, 김성희, 신채원, 정은, 홍순종, 양재성, 김소남, 이동열,박소정, 한석주, 성미선, 김영수, 최윤하, 김재형, 주요섭, 정웅기, 조영옥, 박두규, 신호승, 박재현 – 준비하는 사람 전진택 010-4873-1551


개벽, 문명전환의 관점의 30-50년 뒤의 생명생태 녹색, 자립적 순환사회의 한반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관점에서 오늘을 준비해야 하며 전환의 시각으로 생명 생태, 평화를 바라보며 지속가능한 발전, 순환사회, 개벽의 시각 등의 새로운 시각을 확산하고,
준비하도록 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2016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 ‘자치와 영성의 시대를 예감하다’
2018연천생명평화마당 ‘오늘 살아있는 평화를 묻고 답합니다’

 

2019생명평화활동가대회를 준비하는 모임이 지난 7월 1일 한살림서울 회의실에서 열렸다.
생명평화마당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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