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채원

2019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 ‘다시, 길을 묻다’

붉은 노을이 마주 본 눈동자에 천천히 물들고 있었다. 바다로 가는 길은 더 멀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지는 노을을 따라 저녁 달빛이 느릿느릿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서로의 손을 잡고 걸었다.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간절했다. 고단한 당신, 외로운 당신을 오래기다렸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은 온다.

지난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순천 사랑어린배움터에서 2019생명평화활동가 대화마당이 열렸다.
전국에서 ‘생명평화’를 키워드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오래 준비해 온 행사인만큼 기대도 컸다.
참여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자리였기에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사람들’에게 주는 가치와 의미를 헤아려볼 수 시간이었다.

첫 번째 길을 묻다, 즉문즉설
이현주 선생을 모시고 진행한 즉문즉설은 많은 성찰의 여운을 남겼다. 참가자들이 맞이 인사를 하며, 틈틈이 메모지에 질문을 적어 붙이고 질문을 읽고 답하는 방식으로 즉문즉설을 이어 나갔다.
‘왜 우리는 평화를 이야기 하면서도 평화롭지 못한 걸까요?’, ‘세대 간의 갈등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목사님도 누군가 미워질 때가 있으신가요?’,‘사랑은 어디에서 오나요?’
등의 질문들과 답이 이어지며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고요하게 앉아서 말씀을 들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청력이 쇠약하신 선생과 청중 간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통역’의 역할을 한 사랑어린배움터 리강 학생과 ‘할아버지’ 이현주 선생의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사랑은 어디에서 오나요?
”사랑이 오기는 옵니다.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내가 살겠다고 네게 죽으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죽을 테니 네가 살라고 하는 것입니다. “

두 번째 길을 묻다, 대화마당
둘쨋 날 오전에 다섯 개의 주제로 대화마당을 열었다. 다섯 개의 세션으로 구성된 대화마당은 주제별로 다섯 개의 공간에서 이어졌으며 각자 관심 주제를 선택하여 자유롭게 참여하였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운영위원장은 ‘생태적 시선으로 상상하는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주제로,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고 평화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 남북통일 이후 자본주의적 평화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 지속가능한 생태적 순환사회의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종교적 가치(천도교의 역할)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성장주의적 관점에서의 통일이 아닌, 국민국가가 아닌 통합된 통일이 아닌 통일의 모델을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조금 다른, 논의를 모으고 조직해 사회의 생태적 관점, 문제의식을 요구하여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겠다고 정리했다.
이어 최철호 밝은누리공동체, 생태공동체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마을운동과 공동체 운동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대화를 열었고 김민해 사랑어린배움터촌장이 사랑어린배움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흥미로웠던 지점은 마을에 대한 개념을 밤에 아이를 데리고 마실 나갈 수 있는 거리를 마을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 속에 함축된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도시 문명에서 불가능한 생태적 삶, 생명 평화는 일상에서 나온다는 것, 관념을 어떻게 삶으로 체화할 것인가에 대해, 마을문화에서의 교육의 중요성도 이야기했다. 교육의 가치문제, 학교가 줄어들면서 해체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다.
외로움이라는 말에 대해, 외로움이 운동과 수행의 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을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관에서의 지원 없이도 유지 가능한 방향으로의 사업에 대해 이 일을 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방법과 사업을 통해 수혜를 받을 대상에게 유리한 방법 중 대상에게 유리한 일들을 해야하는 것, 마을 사람들에게 사업적 접근보다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 안에서 섞이고 했으면한다. 공부할 때, 책의 내용을 카피하는 형태가 아닌 책에서 한 줄, 한 페이지를 가지고 적용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다음으로는 김 단 해남 미세마을 농부가 ‘낀 세대’ 4050 세대의 자기 성찰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 세대갈등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따라갈 수 없는 세대, 우리가 정책 중심적으로 살아가 고 직업을 중시하는 것에 대해 젊은 사람들은 다양하고 움직임이 많더라는 이야기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세대간을 이음, 움직임, 활동 등이 단절된 부분도 사회에 많이 있고 갈등의 요소가 되고 그것이 어떻게 하면 함께 연결할 수 있을까를 모색하는 대화를 나눴다. 실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함께하려는 생각을 확산시켜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앞서 대화를 제안했던 김단씨는 선배 세대와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눈물의 고백적 대화로 펼쳤다. 이 대화를 통해 앞으로 선배 세대들과의 소통으로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구체적 실천의 방법으로 장흥의 한 고택으로 초청하여 대화를 깊이 나누고자 한다는 계획을 나눴다.
이어 ‘개벽파 선언’의 내용과 실천과제를 주제로 박길수 본지 주간이 주제를 발표하였다. 개벽파가 어떤 경로를 거쳐 형성되었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걸어왔는지. 이 흐름은 크게 동학이라고 하는 줄기에서 박맹수 원광대학교 총장의 연구가 밑바탕이 되었고, 40대 학자들이 거기에 호응하게 되면서 개벽파의 화두가 전면에 드러났고 결정적 계기는 개벽파가 전망하는 방식, 개벽파가 현재와 미래의 비전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동학이 지향하는 지점이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으로 개벽파의 흐름을 이끌고 가는 젊은 학자 이병한씨의 에너지가 개벽파 담론을 촉발시키는 역할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구체적으로 개벽파가 주는 메시지와 철학, 가치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전망할까 하는 질문이 있었고 하나씩 채워나가고 구체화 시킬 계획이라는 말에는 많은 기대를 불렀다.
이 세계가 동학에서는 한울, 기독교에서 하나님, 불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주는 것은 하나인 존재가 제각각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서 서로 교섭하고 서로 살리고 모시면서 살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 개벽파의 가장 구체적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질문도 있었다. 개벽파선언은 생명평화운동과 개벽이 같은 언어적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였다. 왜 이 시대에 개벽과 동학인가는 개벽파에서 표현하는 ‘개화파’적인 질문이 있고, 그것과 현재의 생명평화운동에 대한 질문, 더 나아가 현재 생명평화운동의 흐름은 여러 갈래의 사람들이 자생적, 자발적으로 이어왔으며 한국사 전체 맥락에서 바라볼 때, 새로운 운동의 맥락에서 보자면 출발점은 동학에서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주요섭 모심과살림연구소연구위원은 한살림선언 30주년에 돌아보는 한국의 생명담론을 주제로 대화마당을 이어 나갔다. 한살림선언을 정신과 바탕에 근원적 개념들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를 이야기했다. 생각에 대한 생각의 차원에서. 생명 하면 떠오르는 것이 뭔가?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종합해보면 관계, 연결, 소통이라고 했다. 각자 이야기한 생각을 다시 관찰하는 과정도 있었다. 생각에 대한 제2의 관찰이었다. 생각해 놓은 것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비춰 다시 살펴보는 과정이었다. 한살림선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한살림선언의 핵심 열쇠말이 생명이라고 보고 생명의 세계관, 생명의 지평을 바라보면서, 이게 부제인데 생명이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각자 펼쳐 보이고 다시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개념적 이야기로 보자면 관계, 순환성, 연결 이런 것들인데 생명에 대해 이런 생각이 나오게 된 경험적 배경은 굉장히 다르더라. 경험적 배경이 다른 것이 그것이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경험으로 비롯된 밑바탕의 신념인 것 같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세 번째 길을 묻다, 써클대화
오전의 대화마당을 마치고 오후에는 써클대화가 이어졌다. 당초 이 대화모임을 준비하면서 이 모임 자체의 ‘존립’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어렵게 모인 이 자리가 얼마나 귀한 걸음인지를 모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대화마당 안에서 내년에도 이 대화마당을 이어갈 것인지까지 함께 대화를 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 대화마당을 꼭 이어 나가야 할 것인가?’의 질문은 아프게 다가왔다. 또 이 질문에 대한 참가자들의 대응 또한 아프게 다가왔다.
누구도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주제가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생명평화대화마당 자체에 대한 논의는 다른 단위에서 하는 것으로 미루었다. 오전에 이루어졌던 대화마당의 주제를 써클대화에서 계속 이어갔으면 한다는 의견으로 이어졌다. 써클대화에서 이어진 이야기들 중 청중들에게 의미 있게 공감했던 이야기들을 옮긴다.
안과 밖의 생명을 인정하는 것, 생명에 대해 오고 감 속에서 대화와 만남을 통해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것을 자각하는 것이 실천의 방향이라는 의견이있었다. 생태적 지속가능한 녹색 한반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생명평화 진영에서 통일문제에 대해 논의가 없음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북한바로알기 등에서 극단적인 양상도 있었다. 자본에 포섭된 국가주의 포섭된 영역들 외에 비시장적 영역을 실험해보고 찾아보자는 제안이었다. 평화체제 이후 북한과의 교류를 넘어선 자립성과 자주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가 어떻게 북한과 만날 것인지를 방침을 정하고 교육의 필요성이 있었다.
또 이와 함께 통일담론에 대한 의제를 성립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토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현황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연구소설립, 통일이후 연구소 등.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남북문제라는 거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도의 공덕을 쌓아야 하고, 평화적으로 남북의 관계가 진척될 수 있도록 기도운동, 명상운동 등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우리끼리평화선언’을 우리가 하자. 우리 안에서도 분단이 있고 우리 스스로 통일을 만드는 일은 우리 안에서 평화를 위한 선언운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은 온다
이날 써클대화는 와온해변으로 노을을 보러 가기 위해 마음이 급해져서 이후의 뒷풀이 자리에서 더 이야기하기로 하고 마무리되었다. 노을을 향해 걸어가는 길은 멀고 길었다. 2019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에 모인 ‘나’들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각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일상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줄지도 각자의 몫일 것이다. 와온해변을 걸으며 노을이 남긴 것들을 오래 생각했다.

 

이현주 선생을 모시고 즉문즉설을 진행하였다 써클대화를 진행하기에 앞서 가벼운 놀이를 통해 서로 긴장을 풀고 마음을 열 수 있었다.

2019생명평화활동가대화마당은 순천 사랑어린학교에서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었다. 주제에 따라 동그랗게 둘러 앉아서 대화를 이어가는 시간이 많았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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