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채원

‘마을을 잇다, 세상을 짓다’ … 사람이 산다

-서울시 마을 박람회에 참여한 분들을 만나다

특집 | 어울려 살기

할머니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마을로 들어가며 할머니가한참을 읊조렸던 노래처럼 나도 저 예쁜 나비를 따라 훨훨 날아 그 청산이란 데를 가야겠기에 나비를 따라 걷는 둥, 김흥국처럼 ‘호랑나비야 날아봐’ 하며 엎치락뒤치락 춤을 추는 둥 하는데, “할머니 뭐해?” 그렇게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서낭당 앞에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시던 모습을 기억합니다.할머니가 내 손톱을 깎아주던 때나 육거리시장 어느 골목에서 할머니 손을놓고 원더우먼이 되겠다고 빙글빙글 돌다가 길을 잃고, 2시간여 만에 눈물 콧물이 범벅된 나를 발견한 할머니가 사정없이 내 엉덩이를 때렸을 때를 떠올리면 세상의 모든 간절함은 작은 손톱 끝에서 피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을은 가장 따뜻한 기억을 평생 품을 수 있게 해주는 공간지난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시 전역에서 ‘마을을 잇다, 세상을 짓다’라는마을박람회 행사가 열렸다. 전국 최대 규모의 마을공동체 행사였고, 올해는 특히 혁신파크에서 다양한 주제의 컨퍼런스와 각 지역의 마을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모여 다채로운 시간을 가졌다.

#. 마을여행 – 성북구 상월곡동 삼태기마을

기자 : 반갑습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 소개 좀 해주세요.

마을사람 : 저는 이 마을 주민이자 통장이면서 2012년부터 건강마을 활동가로활동하고 있어요. 함께 활동하는 마을 사람들은 30여 명입니다. 마을사업은2012년 8월부터 시작했고요. 주로 텃밭사업, 마을 벽화그리기, 운동기구도 설치, 마을 기금 마련을 위한 농수산물 직거래 등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마을여행 중이고요 마을 한 바퀴 돌고 있어요. 이분들은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 활성화, 마을여행 기획, 마을 탐방을 신청해 주신 분들이에요.

여행자 1 : 저는 서울시 시니어 활동가에 지원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시니어들은 생소한 사업이어서 마을여행을 통해 많이 배워서 그분들께 도움을 드리려고 나왔어요.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삼태기마을여행을 통해 많이 배우게 되었고 또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여행자 2, 3, 4, 5 : 저희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이예요. 전공은 다 다르고요, ‘통합적 사고와 창의성’이라는 과목을 함께 듣는 학생들이예요. 외국에서 유학 온학생들도 있고요. – 짧은 영어로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들려온 대답은 한마디,GOOD

여행자2 : 마을 커뮤니티라는 주제로 토론을 할까 해요. 서울에 여러 마을여행이 있었는데, 저희는 이 삼태기마을을 신청해서 왔어요. 와서 느낀 점은 마을이라는 공간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게 많다는 점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본질적으로바뀔 수 없는 아쉬운 점이 보이지만 이런 마을여행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이 둘러보기 좋을 것 같아요. 코스도 길지 않고 건강쉼터도 있으니까요.

기자 : 어떤 점이 아쉽다고 느껴졌나요?

여행자 3 : 젊은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라는 점이요. 여기 삼태기마을이 건강마을이라고 하는데요, 마을여행을 하면서 오래된 마을이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어요. 젊은 사람들은 이런 마을이 있다는 것에 큰 관심이 없어요. 마을이라는 개념 자체를 생각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건강마을이라고 하니 어르신들에게 커뮤니티 공간으로 알려진다면 좋을 것 같아요. 어르신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관광시설도 필요할 것 같고요.

#. 혁신파크 – 마을박람회 현장

기자 : 반갑습니다. 마을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다가 행사를 준비하신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더군요. 그래서 뵙자고 했어요. 어제성북구 삼태기마을을 다녀왔어요. 대학생들이 몇몇 와 있더라고요. 학생들이 마을이라는 공간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게 많다는 점이었어요.

마을주민들은 마을활동이 일상이잖아요 … 그분들의 마을활동의 의미는 ‘내가 마을 활동을 한다’가 아니라 ‘내가 사는거’예요.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고들해요. … 저는 여기서 많은 에너지를 얻어가지고 갑니다.

마을은 내가 살고, 내 아이가 살고, 이어져 가야 하는 것이라고생각해요. 마을만들기의 화두는 이미 정해져있고,과연 대도시에서 공동체의 의미가 뭘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때 그게 마을일이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모여서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생각이었죠.먹을 걸 같이 나눠먹고 김장도 같이하고이웃이라고 할 것도 없이 식구처럼 살고 있는 거예요. 

재미있는 제안도 하더군요. 삼태기 건강마을은 어르신들 위한 커뮤니티로 개발해도 좋겠다고요. 어르신들의 로데오거리나 한옥마을처럼요. 마을여행과 박람회 현장의 분위기는 참 다르네요. 올해 규모가 상당히 컸다고 하던데요?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 지금까지의 마을행사는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이루어졌었어요. 그래서 마을 활동가보다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았죠.

시청광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알고 오신 분들보다 어쩌다 와서 보고 가신 분들이 많았었어요. 올해 행사는 저희가 혁신파크로 왔고 조금 의미를 담고 싶어요. 원래는 ‘마을을 잇다, 세상을 짓다’라는 행사 제목과 함께 ‘사람’이 있었어요.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이기 때문에 여기에 오신 분들은 대부분 마을공동체 일을하시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마을에 대한 이야기꺼리와 활동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입니다.

기자 : 네, 저희 개벽신문 따듯한 인터뷰에서 만나 뵙는 분들이 바로 그런 분들입니다. 생명살림을 꿈꾸고 공동체의 의미를 생각하며 가족과, 이웃과 어울려서 그야말로 ‘잘’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분들을 제가 만나고 있습니다. 이번호의 주제는 ‘어울려 살기’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서울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하시고 계신 분들을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 전국에서 오신 지역의 마을활동가들과 서울 마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같이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추천해 드리는 입장에서 설명드리면, 마을주민들은 마을 활동이 일상이잖아요 그분들의마을활동이라는 것의 의미는 ‘내가 마을 활동을 한다’가 아니라 ‘내가 사는 거’예요. 이분들의 마인드는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고들 해요.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마을부스 – 마을을 잇다

기자 : 반갑습니다. 뭘 많이 만들어 오셨네요. 두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을활동가 1 : 건강한 농부 협동조합입니다. 저희가 농장을 해서 거기서 수확한 호박으로 식혜를 만들었어요. 생강도 넣었고요. 이것들 저희가 다 키운 거예요. 저희 농장은 직접 재배를 하는 마을농장입니다. 광명시에 주말농장을 임대해서 농사도 짓고 농작물을 판매하기도 하고요.

마을활동가 2 : 전라북도 정읍에서 왔습니다. 정읍은 2012년부터 마을만들기사업으로 ‘시민창안대회’라는 걸 하고 있어요. 정읍이 시골이다 보니 주로 농산물 위주로 공동체 활동을 하는 데가 많아요. 농산물 가공, 1차 농산물, 2차 가공까지 하는 데도 있고 이번에는 공예품 쪽으로 수공예품, 도자기공예 등등 전부창안대회를 통해 생긴 공동체들이 만들어낸 제품들을 가지고 왔어요. 저는 여기서 많은 에너지를 얻어가지고 갑니다. 마을은 내가 살고, 내 아이가 살고, 이어져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공동체란 힘들지만 나에게 보람으로 와 닿고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갑니다.기자 : 비교적 가까운 데서 오셨네요?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리혁종(황새둥지) : 예, 방학동에서 왔습니다.

저희는 마을사람과 같이 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이 숲에 있다 보니 지속가능한 문화를 고민하고 있어요. 방학동에양말작업장이 많아요. 그 주변에서 양말목폐기물이 많이 버려져서 우리 동네에 버려진 것들을 탐구해서 숲이라는 산업폐기물이라는 조건을 활용하고 사람들과 함께할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그렇게 좋은 일을재미있게 하려고 합니다.

기자 : 마을에서 함께 활동하시는 분들이 몇분인가요?

리혁종 : 방학골 종합사회복지관과 예술가들이 협업을 합니다. 정규적 스태프까요?

작가 2-3명 복지사 2명 마을활동가1명 등 정기 회의를 하는 맴버는 인근 마을에 10명 정

도 됩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더 드나드는 분들이 계시고요.

기자 : 어떻게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게 되었나요?

리혁종 : 저는 방학동에서 5년간 커뮤니티아트 작업을 하다가 스스로 ‘예술이란 무엇인가’, ‘미술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하면서 공공미술이라는 판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조형물뿐 아니라 비물질적인 것까지 돌아보다가 커뮤니티아트와 마을 만들기가개막식-혁신파크에서 열린 ‘마을을 잇다, 세상을 짓다’ 개막식 공연. “하나의 목소리, 100개의 기타 공연”혁신파크 서울시 마을박람회우리마을 홍보 부스에서 만난황새둥지의 리혁종 씨삼태기마을 정진국 위원장찾아온 여행자들을 아빠미소로맞이하고 있다.

서울시 마을박람회를 통해 마을여행을 신청한 여행자들.

특집 | 어울려 살기

이 마을의 특수성은 변동이 별로 없어요. 먹을 걸 같이 나눠먹고 김장도같이하고 이웃이라고 할 것도 없이 식구처럼 살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자랐으니까요. 서로의 사정을 알면 신뢰가 생기죠. … 마을공동체는 이렇게어울려 지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우리는 품안의 3대라고부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가정에서 펼치는 것. 곧 할머니가 되거나할머니가 되신 분들이 손주를 보듬어 안고 손주들을 같이 잘 키우는 것,…품안의 3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10최전선에서 결합된 거죠. 개인사적으로 과거 촛불시위를 경험하면서 저로서는삶의 리듬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언어 중심의 의식화 과정의 시효가 만료되었다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기자 : 투쟁이나 사회적 이념의 역할론이 사회적 변화와 만났다는 이야기로 해석됩니다. 새로운 개념의 민중미술인가요?

리혁종 : 마을만들기의 화두는 이미 정해져있고, 과연 대도시에서 공동체의 의미가 뭘까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민중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이념적인 의미에서의 공동체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실상 많은 것을 도시에서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익명성이 보장되어야가능하겠구나 싶었어요. 저희 커뮤니티는 ‘벌이는 적지만 잘 먹고 잘 살자’는것이 커뮤니티의 전제이자 목적입니다.

#. 자유주제 테이블

기자 : 오늘 박람회와 컨퍼런스를 참관해주셨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마을활동가 3 : 저는 지역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 재개발에관심이 많아서 참여했습니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상권이 지역 곳곳에 있지만 인적자원이 너무 부족합니다. 마을 고령화가 심각하고요. 컨퍼런스를 보면서 아파트단지에서의 공동체 활동이 인상 깊었어요. 공동체 활동가들의 의식이 중요하죠. 지역 활동 오늘 행사에서 본 내용이 많이 접목될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생활의 편리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 물, 색, 그리다: 품안의 3대를 끌어안다

기자 : 갤러리 공간이 아담하고 좋습니다. 마을여행, 박람회를 둘러보았고요, 지역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마을이 참 예쁩니다.

서애란(물, 색, 그리다 대표) : 반갑습니다. 이 골목은 상상골목이라고 부릅니다. 투어를 많이 다니시더라고요. 마을투어요. 저희 공간은 동네아줌마들이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수월하지않다 보니, 그림을 그리려고 모임을 만든 것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직업이 화가니까개인 작업실이 있는데 작업실에 가지 않으면 그림 그리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아니까 일주일에 한번 작업실을 오픈해 드렸어요. 그러면서 동네 주민들과 함께 할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이 장소가 주어졌어요. 여기가 갈현2동인데 동장님과 이 건물 어린이집과 커피숍을 하는 분이 갤러리에 관심을 갖다가 일이 너무 크니까 이 공간이 공동체적으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내놓으신 거예요.

기자 : 몇분이나 함께 작업을 하시나요?

서애란 : 20여 명이 각자 조금씩 ‘살림비’를 형편대로 내서 운영하고 있어요. 작가들은 자기 세계가 견고하기 때문에 공간을 공유하지 않거든요. 저는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하다가 왔고요. 은평시민회 팀과 연계가 돼서 많은 분들이 오 고가셨고 모이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그림을 진지하게 그리시는 분들이 생겨났어요. 감사하게도 이런 작업실이 필요하다 싶은 순간, 그런 사람들을 원하는 분을 만나게 된거예요. 공간이 있으니 뭔가 자꾸 만들어지더라구요.

기자 : 주로 어떤 작품활동을 하시

는지요? 그림을 원래부터 그리시던 분들인가요?

서애란 : 동네분들은 갤러리라고부르지만 저희는 그냥 작업실이라고 해요. 그림 그리고 붙여 놓

고, 그냥 그렇게 전시를 합니다.우린 자주 자기 그림을 걸어놓고볼 기회가 없으니까 걸어 두고 봅

니다. 모두 비전공자이고 그림을그려보신 적이 없으신 분들입니다. 저는 미국에 10년 있었는데 그림을 공부하러 갔었죠. 공부하고 돌아와서함께 일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처음에 큰 의도를 갖고 시작한건 아니었는데, 이분들이 스펀지같은 분들이었어요. 그림을 그려 본 적 없는 분들이었거든요. 그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노래를 기분이 좋게 흥얼대듯 그림도 흥얼거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처음 만난 그 팀이 그런 접근이 쉬웠던 분들이었어요. 돌아와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있는 그림을 왜 특정인만 그림을 전공하거나 학원을 다닌 사람만 그리는 거라고 생각할까 하는 게 속상했고 그걸 좀 바꾸고 누구나 흥얼거리듯이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 싶었어요. 저는 워낙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그림을 많이 배우러다녔고 같이 그 그룹들과 전시도 했어요. 그때 마음속에 든 생각이, 공부를 더하자였어요. 가족들이 유학을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 바람에 남편은 기러기 아빠가 되었죠. 서른아홉 여름에 딸아이 데리고요.

기자 : 미국의 마을공동체와 우리나라의 마을공동체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서애란 : 한국에 돌아와서 놀라웠던 것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였어요. 저는 떠날 때, 공부 마치고 돌아와서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내가 무엇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저 그림이 좋아서 갔거든요. 미국에서 제가 살던 마을은 한국 사람이 거의 없는 마을이었어요. 나이가 많다 보니학생들보다 교수님과 더 친했어요. 학교생활 외에 미국 할머니들과 일주일에

한번쯤 모여서 그림을 그렸고요 그런 모임들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갔어요.

기자 : 그럼 어느 정도 마을공동체를 경험하고 오신 거네요?

서애란 : 저는 그때 그게 마을일이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모여서 무언가를함께한다는 생각이었죠. 미국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기회였어요. 그 할머니들은 지역사회에서 마을일을 하시는 분들이었어요. 지역마다 있는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시고 아이들과 같이 그림을 그리고 같이 놀아주고 그런 모습들이 인상 깊었죠. ‘아, 나도 한국에 들어가서 저런 일을

해야지’ 생각했고 결국 그분들이 모델이 된 거죠.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할머니가 아이들을 봐주는 집이 많더군요. 그 아이들을 한 시간 정도 봐줄까 생각했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어요. 근데 이 모임이 만들어진 거예요. 저는 초보지만 이분들은 공동체의 의미를 좀 아셨던 것 같아요.

기자 :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마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서애란 : 이 마을의 특수성은 변동이 별로 없어요. 먹을 걸 같이 나눠먹고 김장도 같이하고 이웃이라고 할 것도 없이 식구처럼 살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자랐으니까요. 서로의 사정을 알면 신뢰가 생기죠. 계기가 있어야 했어요.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는 것이 계기가 된 것이고요. 그렇게 동네 아줌마들과 모여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같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같이 ‘그림벗’이라고 하고 그림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마을공동체는 이렇게 어울려 지낼 수 있는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우리는 품안의 3대라고 부릅니다. 내가 가지고있는 재능을 가정에서 펼치는 것. 곧 할머니가 되거나 할머니가 되신 분들이 손주를 보듬어 안고 손주들을 같이 잘 키우는 것, 그것이 지역공동체와 맞물리는접점이 되어 품안의 3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을을 잇다, 세상을 짓다’ 행사에 참여하신 전국의 마을공동체 활동가들과마을로 들어가 그 마을이 어떻게 어울려 살고 있는지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을에는 사람이 산다.

특집 | 어울려 살기

물, 색, 그리다 갤러리에서 만난

서애란 대표

삼태기마을 입구. 삼태기마을은 “건강마을” 이라는 테마로 마을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건대프리마켓. 건대입구 주변 지역이 술집, 맛집으로대표되는 일반적인 소비문화 외에도 지역주민들이 방문하고, 사람들이 누릴만한 대안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활용하기 위해 열리는 프리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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