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채원

에너지의 희망, 희망의 에너지

–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 “사람이 가장 큰 에너지다!”

특집 | 기후변화

몇 년 전 어느 행사장에서 만난 K 교수는 인터뷰 중에 전 지구적 위기에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는 이야기를 했다. 저 바위도 죽어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생물학적으로 무생물이라고 규정하지만,다 살아있습니다. 저 돌과 흙이 순환하면서 전체 생명이 돌아가는 것이고 쉬는 공기와 햇볕을 받고 땅의 기운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거잖아요.에너지마을 취재를 준비하면서 그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어디서 왜 태어나 어디로 어떻게 걸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다. 성대골 에너지자립 마을축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이라고 부르는 마을에서 지난 달 마을축제가 열렸다.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이 축제는 에너지 절약을 주제로 한 축제이며 지역의마을공동체가 주축이 돼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부터는 에너지 절약은 물론 다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화합의 장으로 마련됐다. 에너지체험, 생태놀이, 어린이 나눔장터, 먹거리장터 등 다양한 부스가 설치되었다. 에너지 체험 부스에서는 자전거 페달을 돌려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기, 태양광을 이용한 핸드폰 충전기 만들기 등 여러가지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먹거리 장터에서는 태국, 필리핀, 베트남, 중국의 전통음식을 만날 수 있었다. 나눔장터에서는 마을 어린이들이 직접 옷, 소형가전,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거나 마을 주민들이 각자 안 쓰는 물건을 가져와 

교환하거나 멀티탭, 내복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축제의 모든 행사들은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고 있다. 마을이 생기다 마을이라는 말은 ‘도시’와는 다르다. 성대골 사람들에게 공동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시점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계기는 ‘도서관’이었다. 초등학교도 도서관도 없었던 이 마을에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몇몇 주민들이 모여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을 만들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돈을 출자하기 시작했고, 어떤 노인분은 당신의 수의를 마련하려던 돈을 더 의미 있는 일에 써달라며 보내오기도 했다. 어린이도서관이 생긴다는 말에 여러 곳에서 책을 보내왔다. 공간, 책, 그리고 사람. 그렇게 해서 작은 어린이 도서관이 탄생했다. 평범한 직장맘이거나 전업주부였던 성대골 엄마들은 도서관에 모여 앉아 아이들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들을 기획했고, 어린이 도서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에너지 자립마을의 탄생그러던 중 2011년 3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것이 계기가 되어, 성대골어린이도서관에서는 회원을 대상으로 에너지·기후변화·화석연료·온실가스 등에 관련한 여름 방학 특강을 기획했다. 원전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지구가, 국가가, 가정이, 개인이 어떻게 삶을 전환해야 하는지, 가장 기초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였다. ‘마을’이라는 공동 

문화를 꾸리기 위해 시작된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모인 엄마들이 기후변화를 고민하고 에너지자립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성대골 절전소와 ‘착한에너지지킴이’ 15명이 탄성대골 에너지슈퍼마켓과 에너지 자립마을의 시작이 된 성대골어린이도서관“초등학교도 도서관도 없었던 이 마을에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몇몇 주민들이 모여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을 만들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돈을 출자하기 시작했고 어느 노인은 당신의 수의를 만들 돈을 더 의미있는 일에 써달라며 돈을 보내왔다. 책도 기증받았다.

마을의 특성은 사람이 어울려 산다는 것이다.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도서관을 만들고,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공동체와 소통하며 시작된 도서관은 어느새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까지 고민하게 되었고, 마을사람들은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삶들이 영원한 것이 아니며 가까운 미래에 내 아이의 삶이 지금보다 풍요롭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래서 엄마들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내 아이와 함께 쓰기 위해 남겨 두자는 의미의 에너지 절약을 위한 크고 작은 활동들을 시작했고, 성대골의 각 가정에서 하나 둘 실천 할 수 있도록 도서관에서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을 주민들에게 확산시키는 다양한 활동들을 해 왔다. 마을도서관 한쪽 벽면에 각 가정의 전기 사용량을 표시해 절전한 양만큼 새로운 전기를 생산했다고 표시하는 절전소를 꾸며 놓았다. 각 가정에서 경쟁하듯 실천한 에너지 절약 상황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50여 가구의 월별 전기 사용량이 그래프로 붙어 있다. 빨간색은 지난해, 초록색은 올해 사용량이다. 절전운동에 참여하는 가구에는 절전형 멀티탭을 나눠준다. 대기 전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아이를 함께 키우다 마을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15명의 엄마들은 대부분 성대골어린이도서관에서 운영위원이나 자원봉사를 했던 이들이다. 마을학교는 매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데, 모두 ‘재능 기부’ 형태로 이루어진다. 마을 주민인 연극 연출가가 뮤지컬 교실을 열었고, 마을의 사회적 기업인 ‘결혼이주여성평등찾기’와 연계해 이주여성들로부터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음식도 만들어 먹었다. 마을 뒤편에 있는 국사봉 숲에 올라가 숲 체험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발도로프 미술을 배운 엄마가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는 등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엄마들’로부터 다양한 콘텐츠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엄마들은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사들을 ‘내 아이를 함께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조금 버거워도, 조금 불편해도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보고 충격을 받은 엄마들은 환경단체에 의뢰해 원전 관련 특강을 듣고, 여성민우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특강, 워크숍, 견학을 진행했다. 그렇게 ‘성대골 절전소’가 생겼다. 마을에 있는 음식점, 커피숍, 약국 등도 ‘착한 가게’로 등록하고, 절전 운동에 동참하도록 설득했다. 성대골 마을, 에너지 자립을 하다 이 마을의 주민들에게 에너지의 의미는 무엇일까. 마을은 가장 따뜻한 기억을 품게 하는 공간이다. 에너지의 희망, 희망의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가장 큰 에너지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전환이란 무엇일까. 지속불가능한 사회를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은 환경의 위기 시대에 전지구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 

(자료제공 : 성대골어린이도서관)

특집 | 기후변화

마을 주민인 연극 연출가가 뮤지컬 교실을 열었고, 마을의 사회적 기업인 
‘결혼이주여성평등찾기’와 연계해 이주여성들로부터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음식도 만들어 먹었다. 마을 뒤편에 있는 국사봉 숲에 올라가 숲 체험도 한다.

신채원 | 미디어세림 대표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