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채원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 노래나무 심기 우창수·김은희 부부

언젠가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었지.
내가 오랜 침묵을 깨고 한 말은 네 어깨에 닿는 봄볕, 네 손 끝에 붉은 꽃잎, 네 귓가에 솔솔 불어오는 바람, 네 두 눈에 반짝이는 강물, 네 뺨에 물든 가을 단풍이라는 말 대신 글쎄, 였지.
지금 또다시 나에게 그 질문을 한다면 나는 적어도 글쎄, 라는 말 대신 네가 부르는 노래의 마지막 숨을 고르는 순간을 듣겠다는 말은 할 수 있을까. 돌이킬 수 없는 말, 한 발을 더 내 딛는 용기가 있었다면.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우창수, 김은희 부부는 부산에 살다가 2014년 10월 창녕 우포로 귀촌해 텃밭을 일구며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며 노래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제3회 풀꽃 동요상을 수상하였고, 매년 생태·영성 음악제를 여러 사람들의 힘을 모아 창녕 우포에서 열고 있다. 독립음반 <빵과 서커스>, 아이들의 글에 붙인 창작 동요음반 <우리 개똥이 하는 말>, 시노래 음반 <환하게>,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20주기 기념음반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음을> 등이있고, 최근에는 아이들과 함께 우포늪에서 길어 올린 시노래 음반 <우포늪엔 맨발로 오세요>를 세상에 내 놓았다.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라는 이름으로 아내 김은희와 함께 크고 작은 공연을 해오고 있다. 2008년부터 ‘개똥이 어린이예술단’을 만들어 아이들의 입말이 살아 있는 글에 노래옷을 입혀주는 작업과 공연을 하고 있으며, 우포늪 주매마을에서 개똥이 아이들과 함께 ‘노래로 자라는텃밭’을 가꾸고 있다. 우포늪에서 길어 올린 아이들의 더 많은 시는 『우포늪엔 맨발로 오세요』라는 동시집으로 2016년 말 도서출판 「리젬」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저항문화는 젊은이들과 소통을 하는 지점에서 그들이 한국사회와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제가 부산에서 노래운동을 하면서, 후배들이 저더러 전설이라고들 하더군요. 아직도 노래를 하고있으니까요.”

그렇다. 노래운동의 전설로 남은 그는 투쟁의 현장에서 기타를 매고 어디서나 노래로 서 있던 청춘의 레전드(전설)이었다. 많은 현장에서, 행사장에서 만났다. 이 부부가 궁금했다. 둘은 어떻게 만나 ‘저렇게’ 살고 있는지, 두 사람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노래를 시작하기에 앞서 “부부라예, 아빠랑 딸 아니라예”라고 너스레를 떠는 사람, 아픔을 노래할 때는 뜨겁게 눈물로 노래하는 사람, 아름다움을 노래할 때는 스스로 동화(童話)가 되는 사람.
지금부터 우창수·김은희 부부의 노래로 꿈꾸는 세상을 만나러 간다. 노래운동을 했던 과거의 레전드 시절 이야기로 시작된 유쾌한 대화였다.

신채원 : 자, 그래서 지금 이 사회가 변했다고 문화 운동의 콘텐츠가 없어졌다기보다는 공할수 있는 콘텐츠의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아닌가요? 운동의 방향이 바뀌었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두 분이 펼쳐내는 노래들은 큰 힘이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우창수 : 그런 말은 좀 과분한 말이긴 한데, 저희가 우포 늪으로 귀촌을 결정한 것은 오랜 준비가 필요했어요. 내 영혼과 영성에 대해, 작품에 대해,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도 깊었고요. 숲속학교에 가서 농사도 배우고, 저 나름대로 오랜씨름을 했죠.

신채원 :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영혼과 영성을 돌보는 일에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죠.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일처럼요.

우창수 : ‘내가 너임을 알았다’라는 화제는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참나의 입장으로 너와 나가 아닌데, 그것이 아닌 것이 현실이긴 하죠.

김은희 : 저는 몇 년 전에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와 닿으면서 문제에 대한 키워드가 떠올랐어요.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일 수 없다.’ 이 말이 어떤 갈등에 대한 명쾌한 답이었어요. 우리도 노래할 때 네가 나이고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쨌든 우리가 태어나 네가 나라는 원칙적 문제를 떠나서 이건 양심의 문제이고 정의의 문제거든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반기를 들어야 하고, 우리가 이 사회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간다”

신채원 : 도시 생활을 접고 귀촌을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막상 우포늪에서의 삶은 어떤 꿈을 이루게 해 주던가요?

우창수 : 도시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지만 도시의 삶에 매달리는 생활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더군요. 시골에 가서 내가 작가로서 조금 더 자연과 가까이 살며 그런 문제와 지금 무너져 가고 있는 농촌의 사회에서 내가 먹을 것은 스스로 길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침에 싹이 나는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영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살아있는 것을 키우는 행위 자체가요. 도시에서 삶을 살았지만, 제가 부산대학교 앞에 살았던 이유는 학교 앞이었기 때문에 모든 게 저렴해서 비용이 적게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김은희 : 시골 살이를 하니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기도 하더군요.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언젠가 시골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마을의 미래라고 생각하는데,구체적으로 곧 마을 책방을 여는 것이 꿈입니다.

우창수 : 농촌공동체라고 하죠. 마을회관에서 공연을 하고, 함께 사는 마을 사람들과 무엇인가를 나누고 사는 삶을 배워 가는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지속가능한 방식들을 많은 고민했는데,가까운 예로 극단 <큰들>이나 <우금치>가 성공한사례예요. 극단에서 땅을 사서 농사팀이 농사를 지어요. 훌륭하다고 봐요. 이 행위를 잇게 하는 노동들이 말이죠. 해마다 추수를 해서 배우들과 가족들이 나눠 먹죠. 그 안에서 지속가능한 방식들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그 지점을 뛰어 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신채원 :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하지만 이 시점에서 많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특히 우포늪에서 온 편지를 읽고 저는 도종환 시인의 시의 한 구절이기도 한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간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소외된 존재, 약한 존재가 노래에 많이 등장하던데, 두 분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창수 : 그 지점에서도 역시 고민이 필요했어요. 내가 여기서 유유자적하게 살면서 노동을 통해 땀을 흘리니 좋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나 도시 사람들이 그렇게 못살고 있으면 나는 과연 행복한가? 내가 시골에 살면서, 다음 세대와 무엇을 나눌 수 있는가를 고민했습니다. 내가 좋은 집을 짓고 사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그런 부분에서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은 무위당 선생님이셨어요. “기어서 천리를 가라.” 이런 말씀을 하셨죠.

신채원 :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꿈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을 테고요.

우창수 : 물론 욕망이 잘못 꿈틀댈 수도 있어요. 잘못된 의도로 잘못된 방향으로 삶을 끌고 가는 사람. 시골에도 있어요. 사람 사는 곳에는 다 있어요. 그 안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는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늘 경계하고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죠.
신채원 : 아이들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치유하고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아이들 노래는 듣기만 해도 치유가 되죠.

우창수 : 저희가 현장에서 노래하다가 아이들 글에 노래를 붙이기 시작했어요.우리나라 동요가 대부분 어른들이 글을 쓰고 곡을 붙이는데, 화려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부르지 않아요. 아이들의 시각을 어른이 쓰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가르치면 따라 부르긴 하지만 아이들이 평소에 부르지 않아요.

김은희 :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이 뛰어 놀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우창수 : 이 사회가 어떤 사회입니까. 친구가 없어서 말할 상대가 없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아이도 있지요. 실제로 초등학생 아이가 ‘죽고 싶다’고 쓴 걸 본적도 있어요.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는 글도 6학년이 쓴 글입니다. 도대체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회가 과연 괜찮은가 생각하게 되었죠. 어떤 사회든 아이들은 잘 놀지 못하면 병들게 되어 있어요.

김은희 : 개똥이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에 곡을 붙여 부르게 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게 해 주는 것이 목적이고 음악은 아이들 생각을 어른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채원 : 어른들의 판단이나 잣대가 아이들이 꿈을 키우지 못하게 하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모두 상처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겠죠.

우창수 : 동요대회 같은 델 가면 느끼는데, 아이들에게 1등, 2등을 나누지 말아야 해요. 아이들은 가수가 아니잖아요. 노래를 놀이처럼 불러야 하는데, 1등하는 로봇처럼 만들고 있어요.

김은희 : 저희는 개똥이들을 모집할 때 오디션을 보지 않고 인터뷰를 합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좋아하는지를 먼저 봅니다. 아이가 행복한 것이 우선이니까요.

신채원 : 역시 아이들을 위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모이는지가 궁금했어요. 또 개똥이들이 몇 명이나 활동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은희 : 부산에서는 알음알음 알고 오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오게 하는데 아이들이 노래를 즐겁게 하는 아이가 1순위예요. 똑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하게 되니까 처음보다 노래를 잘하게 되기는 해요.

우창수 : 공연을 위해 음정이 맞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일단 아이들의 기운을 꺾지 말아야 해요.

김은희 : 일곱 명의 아이들과 함께합니다. 그 이상은 힘듭니다. 아이들 하나하나 챙길 수 있는 게 딱 그만큼이더라고요. 우리 개똥이들은 초등학교 때까지만 활동하고 중학생이 되면 개똥이를 떠나는데, 많이 아쉬워하죠. 개똥이들과 함께한 지 8년이 되었는데, 개똥이를 졸업한 아이들이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죠.

우창수 : 뿌듯하게도 내년 1월부터 개똥이 동창회를 합니다.

신채원 : 개똥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공연을 다니죠?

김은희 : 그렇습니다. 대안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들이고요, 매주 토요일 오전부터 모여서 공연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냥 놀게 합니다. 공연을 위해 연습을 시키는 것이 아니고 평소에 반복해서 부르는 형태의 교육이기 때문에 개똥이들이 와서 주로 하는 일은 놀이예요. 그런 놀이들이 개똥이들에게 기운을 가지고 노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죠.

우창수 : 부모님들은 고마워하시더군요. 개똥이들은 스마트폰을 보지 않아요.

김은희 : 처음에 오면 자기들끼리 어떤 놀이를 해야 할지를 몰라요. 그 속에서 이미 놀이문화가 형성되어 있고 어른이 절대 개입하지 않아요. ‘오징어달구지 놀이’처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놀이를 가르쳐주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에는 개입하지 않아요.

우창수 : 물론 아이들의 세계도 어른들의 세계와 똑같이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울고, 불고 할 때도 많죠. 그럴 때마다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나, 지켜봅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해결해 나가더라고요. 가르쳐주지 않는데도 말이죠.

신채원 : 아이들 사이에서 규칙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그 규칙이 의미 없다는 것을 배우기도하겠군요.

김은희 : 몸으로 하는 놀이들이 많다 보니 과격해질 수 있는 놀이들이 있는데,처음에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다가 어느 순간 몸을 사리지 않고 놀게 되는 시점이 오는 바로 그때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신채원 : 개똥이들은 노래하러 와서 노래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가슴에 담아가는 소중한 시간이겠군요. 그런 기억들이 평생에 남을 든든한 자산이 되겠죠?

우창수 :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그들과 함께하니 오히려 제가 치유가 되더군요.

김은희 : 저는 우리가 흔히 하는 ‘가위바위보’가 민주적이지 않고 오히려 폭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긴 사람이 무엇을 갖겠다고 싸우는 것을 보고,두 아이를 불러서 얼마나 이것을 가지고 싶은지 서로 표현해보자고 말했죠. 충분히 설명하면 양보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면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신채원 :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나요?

김은희 : ‘세 바퀴 놀이’라는 게 있어요. 개똥이들이랑 논의할 게 있으면 그 놀이를 해요. 표현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던 아이들이 마음을 정리하고 한 사람 한사람 자기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죠. 이 놀이는 인디언들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입장에서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했다고 해요. 한 바퀴를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경청하겠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된 개똥이는 그냥 넘기죠. 그러다가 말을 못했던 친구들이있잖아요. 그럼 또 한 바퀴를 돌아요. 세 바퀴를 돌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말을하죠.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통해 마음과 마음을 여는 기회를 얻게 되는거라고 할 수 있어요.

신채원 : 개똥이들은 정말 특별한 경험들을 하며 자라나고 있네요. 그런 성장을 지켜보는 두 분이 삶을 바라보는 눈은 따뜻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은희 : 저희는 개똥이들에게 ‘너희는 특별한 것이 아니고 다르다’라고 가르칩니다. 개똥이가 노래를 잘하기보다는 다른 거라고요.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고 우리가 가진 어린이의 마음을 전달하고, 감동을 주고 교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래를 하는 것이 다를 뿐이라고요.

우창수 : 아이들 스스로 우주의 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면 나중에 자라서 어떤 직업을 갖든 상관없어요. 당연히 공연을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속상할 때도 있어요. 연습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는 인간적으로 속상하긴 합니다. 저는 이 아이들을 무대에서 빛나게 해주고 싶거든요.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그 모습이 보이니까 좋은데 장난치고 있으면 속상하긴 하지요.

김은희 : 어른들과 똑같아요. 무대에 많이 서면 풀어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그땐 한 번씩 이야기를 하죠. 그 내용은 이 공연은 어떤 의미로 이루어지는 공연인가를 말해주죠.

신채원 : 노래를 직접 쓰시는 거죠? 다양한 주제의 곡들을 쓰셨던데, 아이들이 의미를 알고 부르나요?

우창수 : 되도록이면 아이들에게 공연의 의미를 글자가 많지 않게 써서 만들어서 나눠주고 말해줍니다. 글자가 많으면 읽지 않으니까요. 그 내용을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 줍니다.

김은희 : 그런 과정들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보은취회에 가서 본인들이 부르는 노래를 어떻게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지를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신채원 :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노래운동이자 문화운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이 주는 노래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두 분의 따뜻한 마음이 눈빛에서 느껴지기도 하고요. 꿈이 커지고 다양해지겠어요. 아이들의 꿈과 하나가 돼서. 두 분께서 꿈꾸는 세상이 있다면 어떤 모습인가요?

우창수 : 꿈꾸는 세상이라기보다는 내가 아이들과 잘 놀면서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경험하게 해 주고 열어줄 수 있는 세계를 아이들이 기억해준다면 좋겠죠.
김은희 : 저희가 시골 마을에서 뭔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이렇게 늙어 가는 모습을 아이들이 봐 주는 것, 그것이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

신채원 : 여전히 개똥이들은 꿈이 많고, 궁금한 것이 많고, 열어갈 세상은 끝이 없을 것만 같습니다.

우창수 : 시간이 갈수록 지금의 삶의 방식이 아닌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삶의 몫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하겠지요. 그 가운데서 또 만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분명 빛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에게 비빌 언덕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김은희 : 저희는 개똥이들과 겨울방학에 음악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안아주기 공연을 하면서요. 곳곳에 어른들을 만나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이 노래니까 노래로 안아주고 아이들이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신채원 : 짧은 시간에 두 분이 지키고 있는 삶의 가치들을 뜨겁게 안고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불쑥 많은 곳에서 노래하는 두 분을 뵙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아주기, 우포늪엔 맨발로 오세요
우창수·김은희 부부는 생태영성음악제를 5회째 이어 가고 있다.
지난 10월 1일부터 2일까지 지구별의 뭇생명들과 비생명이 함께 살기 위해 마음을 모아 생태영성음악제를 열었다.

다섯 번째 2016 생태·영성음악제의 테마는 ‘안아주기’였다.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며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회복과 근원을 찾고 장르와 세대를 구분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는 음악, 음악을 통해 참 나를찾아가는 높낮이 없는 음악을 꿈 꾼다고 말하는 우창수·김은희부부는 최근 ‘우포늪엔 맨발로 오
세요’라는 음반을 통해 여전히 상처받고 아파하는 이들을 찾아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먼 걸음을 가고 있다.

생태영성음악제, 어린이들의 공연 모습(사진 제공: 이훈기) 지난 10월에 열린 생태. 영성 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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