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의 기록 ‘감춰진 손톱자국’, 오충공 감독 전국순회전
“기억하겠습니다. 1923년의 6,661명을 …”
10월 15일부터 16일까지 청주와 대구에서 상영
재일교포 다큐멘터리 감독 오충공씨가 청주와 대구에서 전국 순회상영을 시작했다. 지난 8월 19일~20일 서울 시민청에서 영화상영회와 사진전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전국 순회상영은 처음이다.
본지의 후원으로 기획한 이번 전국 순회전은 1983년에 제작된 첫 번째 작품<감춰진 손톱 자국 – 관동대진재와 조선인 학살>과 현재 제작중이며 내년에 발표될 작품 <1923 제노사이드, 93년간의 침묵>의 트레일러 상영, 영화가 끝나고영화를 관람한 관객들과 토론의 형식으로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으며 오충공감독이 33년간 제작 과정에서 수집한 사진 판넬 전시도 함께 진행되었다.
<감춰진 손톱 자국 – 관동대진재와 조선인 학살>
다큐멘터리 영화 <감춰진 손톱 자국 – 관동대진재와 조선인 학살>은 1923년 9월 1일 일본에 역사상 최대 지진 피해를 남긴 관동대지진의 피해를 조선인학살로 자행한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있다. 강진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잠재우려고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 부녀자를 강간했다, 도둑질을 한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계엄령을 선포한 일본 정부는 군대와 경찰, 그리고 자경단을 비롯한 일반인들까지도 조직적인 조선인대학살을 저지른다. 그리고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죽어갔던 6000여 명의 사람들의 실상은 9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묻혀 있다.
세 번째 작품 <1923 제노사이드, 93년간의 침묵>
현재 제작 중인 오충공 감독의 작품 <1923 제노사이드, 93년간의 침묵>은 민족 차별이 불러 온 처참한 비극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오충공 감독은 지난 33년 간 민족의 아픔을 말하고 있다.
재일 교포 2세로, 한국인으로서 산다는 것, 민족의 아픔과 역사를 말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완전한 ‘조선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오충공 감독은 작품을 제작하는 일과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분리된 삶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감독과의 대화
오충공 감독은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이 민족의 고통이며, 아픔이며 비극이며 민족의 비극을 잊으면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한편 15일 청주에 이어 16일 대구 오오극장에서 열린 상영회에는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유족들은 지난 93년간 기다려왔으며 앞으로 유족들끼리 더 많은 소통을 통해 아직 찾지 못한 유족을 찾는 데 힘을 보탤 것을 밝혔다.
오 감독은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의 비극이 주목할 점은 가해자가 군대와 경찰뿐만 아니라 자경단과 함께 일반 군중도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경찰과 군대, 일반인으로 구성된 자경단이 ‘조선인대학살’에 가담한 것이다.오 감독은 “유언비어의 확산으로 조선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할 때, 희생자들에게 고향이 있는지, 가족이 있는지 그들은 한 번도 묻지 않았”다며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오 감독은 이번 순회상영에 대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만행 희생자의 위패 앞에서 우리는 모두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세계인이 되어야 한다”며 “이익을 위한 욕심과 정치적 갈등, 지역적 차이를 넘어서 반일(反日)과 혐한(嫌韓)마저도 뛰어넘어 전 세계에 이러한 참혹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영원히 이 사건과 피해자를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인류의 일원이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오충공 감독은 1955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이며 요코하마 영화예술 학교를 졸업하고 현재까지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기록 영화를 제작해 오고 있다. 첫 번째 작품 `감춰진 손톱자국’은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이번 전국 순회상영을 통해 더 많은 유족을 찾고 93년 간 기다려 온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의 진실을 마주하고 있는 오충공 감독은 “9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상 규명은커녕 사망자가 누구인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전국 순회상영회와 사진전을 통해 하루빨리 진실을 밝히고,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사과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청주에서 만난 사람들
10월 15일 오후 2시, 청주 서원대학교 미래창조관 5층에서 70여 명의 관객들과 함께 영화상영회와 사진전,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이날 사회는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 안성민씨가 맡았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새롭게 마주한 진실 앞에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국내에서 일반인 관객들이 이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문의도 있었다. 또 최근 대두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논란에 관한 토론도 이어졌다.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이 역사 교과서에 빠져 있다는 것에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날 늦은 시간까지 오랜 토론을 통해 우리가 간과했던,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진실을, 역사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대구에서 만난 사람들
10월 16일 저녁 8시, 대구 오오극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오오극장은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55석의 작은 극장이다. 이날은 특히 유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북 영주, 경남 거창, 경남 의령에서 대구 상영회를 위해 유가족이 참여한 것이다.
희생자의 증손녀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진실을 마주했다. 가족의 아픔이 한 자리에 모였다. 유가족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대구 상영회에서는 대구 지역의 시민들과 유가족,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관객들은 이러한 슬픈 비극의 역사 앞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며 오충공 감독의 영화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
오충공 감독 전국순회전은 ‘기다림’이다
오충공 감독은 10월 13일부터 23일까지 열 하루의 일정을 소화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오 감독은 전국 순회전에 크게 두 가지의 목적을 둔다.
첫 번째는 93년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야 함이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일본 정부와 군대, 경찰, 민중이 모두 가담한 민족적 대학살의 비극이다. 이 역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우리가 기억하자는 것이 오충공 감독의 전국 순회전의 첫 번째 목적이다.
두 번째로, 93년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유족들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이다.
기록이 없는 것이 아니고, 사실이 없는 것이 아니고, 아직 찾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는 오 감독은 마음이 급하다.
희생자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오라비였고, 삼촌이었고, 아들이었다.
희생자들과 유족들은 우리가 마주할 진실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오랜 세월을 기다렸다.
오 감독은 그렇게 역사의 비극 앞에 93년이라는 세월을 마주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역사를, 사실을, 희생자를, 가족을 만나러 가는 중이다.
진실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기억하겠습니다. 1923년의 6,661명을.
※ 오충공 감독의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기록영화 전국순회전은 앞으로도
더 많은 관객을 찾아갈 계획이다. (단체 관람·상영 문의: 010-8139-7008 신채원 / 02-735-7173 개벽신문)
상영회에서 만난 관객들이 남긴 이야기
기억의 파편만 남았지만, 그 파편을 확대하는 작업을 지지합니다. 최고의 영화라고 생
각하며 – 최원준
몰랐던 사실을 영화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부끄럽게 살아왔습니다. – 청주 KYC 운영위
원회
오늘 상영이 있기까지 고생이 많으셨으리라 짐작합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정지
성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 강정인
진실 규명 그날까지! – 전교조 충북지부 안순애
관동대지진의 감춰진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오감독님의 평생의 노력에 깊은 경
의를 표하고 감사드립니다. – 박종관
숨은 손톱자국, 진실의 문이 열립니다. – 박수훈
진실은 밝혀집니다 – 신제인
그때를 기억하도록 귀한 자리를 열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풀
가슴 아픈 과거가 있기에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기도하게 하고 살아가는 의미를
새기게 합니다. – 주형식
처음 듣는 소식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역사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께 무
한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 김은순
과거의 고통을 직면하지 않고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오 감독님 감사합니다.
– 리산은숙
진실과 양심! 오충공 감독님 고맙습니다. –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이런 분들이 계셔 진실이 밝혀지겠죠. 고맙습니다. – 하혜영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드리고 이분들의 존재가 존엄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함께해요. –
김은희
어찌 하오리까? – 추연창
진실은 숨겨지지 않습니다. 오충공 감독님 응원합니다. – 현종문
꼭 개봉관에서 상영되길 바랍니다. –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 사무국장 한종해
어렴풋이 알던 것들을 이렇게 영화로 보게 되니, 마음이 더 아픕니다. 역사를 후대에게
알려야 할 책임이 있는 교사로서 이 영화를 지지하고 후원합니다. 동료 교사들과 꼭 함
께 보고 싶습니다. – 배종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