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 동학농민혁명의 동아시아적 의미와 그 위상” 국제학술회의
지난 10월 20일 진도군 철마도서관 시청각실 3층에서 ‘진도 동학농민혁명의 동아시아적 의미와 그 위상’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과 전라도민이 참석하여 진도 동학농민혁명의 의미와 세계사적 위상을 재조명하고 동학사상의 현대적 가치를 공유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제1부 <기조발표>
김정례 전남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시작된 기조발표에는 나라여자대학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의 ‘전쟁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치바대학 조경달 교수의 ‘갑오농민전쟁(동학농민혁명)의 세계사적 위상’이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제7회 녹두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는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는 근대 한일관계에 대한 진실 규명을 통해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일본인들의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도모하고, 역사적 진실 규명에 매진해 온 학자로서 ‘일본의 양심’으로손꼽히고 있다.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는 ‘전쟁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의 전환은 역사에 대한 기억과 세계를 향한 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고 발제문을 통해 동학농민군이 일본군의 잔멸작전으로 무념의 눈물을 삼킨 ‘진도’라는 땅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기조발표를 한 치바대학의 조경달 교수의 ‘갑오농민전쟁의 세계사적 위상’을 주제로 진도동학농민군 탄압에 대한 기조발표가 이어졌다. 조경달 교수는 ‘동학농민전쟁을 세계사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발표를 통해 제국주의 시대에 일어난 농민전쟁이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세계사적인 규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또 ‘왜 일본군이 이 작은 진도까지 몰려 왔는가’에 대해서도 큰 역사적 문맥에서 볼 필요가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조경달 교수는 발제를 통해 동학농민군의 봉기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에 의한 조선보호국화를 확고한 것으로 하려고 한 일본군의 의지가 진도파병으로 나타났고 이것은 제2차 농민전쟁이 바로 식민지전쟁이었다는 것을 의미
하며 근대 한국 최초의 의병전쟁으로 진도에서의 농학농민군의 섬멸작전은 그것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제2부 <주제발표>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2부 주제발표는 성균관대 박미정 교수가 사회를 맡아 원불교사상연구원 부원장 박맹수 교수, 진도학회 박주언 학회장, 홋카이도대학 이노우에카츠오 교수 등 한국과 일본의 관련 분야 전문가 12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도 동학혁명의 전개 과정과 진상 등에 대해 발표 및 토론을 펼쳤다.
첫 번째 주제발표는 ‘진도 동학농민혁명의 전개와 그 의미’라는 주제로 박맹수 교수와 박주언 학회장의 발표로 문을 열었다. 진도 동학농민혁명이 갖는 세계사적 의미가 1995년 ‘유골방치사건’을 통해 명백히 밝혀지고 있음을 확인할수 있었다. 박맹수 교수는 한일 두 나라 연구자들의조사를 통해 1906년 9월 20일 전라남도 진도에서 동학군 지도자 유골을 ‘채집’한 사토마사지로는 1890년대 이후 조선침략 및 식민지배 정책을 이론적, 실천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던 훗카이도 대학의 전신인 삿포로농학교 출신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문제가 많다는 점을 말하며 지속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훗카이도 대학 이노우에 카츠오교수와 욧카이치대학 기타지마 기신 교수의 ‘일본군에 의한 동학농민군 학살의 진상’, 원광대학교 조성환 교수, 전남대학교 김봉곤 교수의 ‘동학사상의 현대적 의미’, 교토불교대학 하라다 케이이치 교수, 청암대학교 강효숙 교수의 ‘청일전쟁에 있어 동학농민혁명의 위상’, 목포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박현옥 교수와 소설가 정춘자의 ‘현대 동학문학을 통해 본 표상공간으로서의 진도’, 순천대학교 홍영기 교수, 광주대학교 한규무교수의 ‘동학농민혁명에서 의병항쟁으로’ 등 다양한 관점으로서의 주제발표와토론이 이어졌다.
제3부 <종합토론>
3부에서는 종합토론을 통해 전주대학교 김미경 교수가 좌장을 맡고 발표자 전체가 모여 열띤 토론을 하였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과정에서 밝혀진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동학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동아시아 전쟁이라고 하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동학을 재구성하고 재편성하는 계기를 마련한 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서는 이날 행사를 마치고 앞으로 더 밝혀야 할 사실과 함께 동학농민혁명의 다양한 측면을 한·중·일 더 넓게는 세계를 향해 큰 뜻을 펼칠 계기가 될 것을 다짐하며 마무리했다.
학술대회를 마치고 이번 행사를 주관한 원불교사상연구원 부원장 박맹수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는 진도의 동학접주의 유골이 일본 훗카이도 대학에서 발견 되어 진상조사가 시작된 지 96년으로부터 20년이 되는 해이며 그동안의 성과를 짚어보고자 20년간 연구 성과와 새로운 사실을 밝혀 확산시키고 진도가 가지고 있는 동아시아, 세계사 안에서의 위치, 한국인뿐 아니라 전공자들이 함께 공감하고 확인하고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에 알리고자 이번 학술대회를 마련했다”고 밝히며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가장 큰 성과에 대해 동학농민혁명이 외세에 맞선 민족운동이나 신분철폐와 폭정에 맞선 민중운동을 넘어 세계사에 근본적 문제였던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식민지를 차지하려는 제국주의에 맞선 반제국주의라는 점에서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 혁명적 사건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민족사나 지역사가 아닌 진도를 중심
으로 동아시아로 넓게 나아가 세계사적 시야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었음을 한일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공감하고 의견이 일치했다는 점에서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국제학술심포지엄 가운데 가장 수준 높은, 의미 있는 심포지엄이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이번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새로운 연구과제로 기대되는 점은 동학 농민혁명이 100주년, 120주년에서 끝나지 않고 세계사적 의미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자들이 공감했다는 점과 다양한 매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확산해야하는 과제를 함께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이번 학술대회가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로 이어져 진도 동학농민혁명의 의미와 위상이 역사·문화적으로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
한편,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과 전남문화재연구소가 공동주관하고, 진도군과 진도문화원, 진도학회, 진도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 등이 함께 자리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