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신채원

자치와 영성의 시대를 예감하다

– 평화의 나라를 찾아가는 100인 대화마당

지난 1월 순천에서 생명평화 활동가 100여 명이 대화마당을 시작했다. 올 한해 새 문명을 바라는 생명평화 활동가들이 구체적으로 우리들의 일상에서 실천해 낼 주제를 잡아 대화를 통해 모임을 이어가 보자는 취지였다. 이어 4월에 열린 원불교 10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영성을 주제로 생명평화 활동가 한마당을 함께 했다. 6월 원주 무위당 기념행사 이야기 마당에서는 ‘자치와 자립, 새로운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본지에서도 매 회 진행되는 대화마당마다주목했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개벽신문에서는 올해 초 새해를 열며 출발한 평화의 나라를 찾아가는 대화마당의 공식적인 마지막 일정인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9일 이틀간의 대화마당에 참여했다.
전국에서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다. 사드문제가 연일 뜨거운 이슈로 가득한 성주에 있는 원불교 성주 삼동연수원에서 2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되었다. 이번 대화모임에서는 평화를 주제로 한 통일 이야기와 함께 사드배치, 촛불정국 이야기로 까지 발전되었다.
하승우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발제문을 통해 ‘평화와 국가주의’에 대한 토론 주제를 펼쳤다. 발제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참석한 토론자들은 국가가 무엇인가, 당위적으로 국가는 꼭 필요한가, 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인가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지점에 이르렀다는 의견을 나눴다.
또 최근 이어지고 있는 국가에 의한 폭력을 극복해 나갈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모아보자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발제문 마지막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자세가 갖춰진다면 촛불의 힘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며 다중의 능동적인 저항과 자본=네이션=국가를 대처하는 어소시에이션의 이념은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게 한다. 이제 꿈을 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문장이 이후 지속적으로 광장을 밝힌촛불을 정확히 읽어낸 것 같아 다시 봐도 반갑다.
이어 김용우 한알학교 교장은 평화로 가는 통일의 길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관념과 담론인 ‘근대적 단일 민족국가’ 개념이 한반도 전체를 휩쓸고 있다는 이야기로 토론을 시작했다. 남북의 독자적인근대화 과정이 남한은 자본주의적 근대화로, 북한은 사회주의적 근대화로 구분하며 김용우는 이 문제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았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야 될 것은 국가의 시대가 아니라 나라의 시대로 가야한다고 말하는 김용우는 어떻게 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평화 운동진영의. 통일 문제는 급격히 서두를 문제가 아니며 평화체제를 이뤄낸다면 언젠가 민초들에 의해 통일은 구현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평화 체제가 되지 않으면 근대국가의 배타적 폭력으로 인해 민초들의 에너지 장은 계속 왜곡되고 굴절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었다.
원영상 원광대학교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정산종사의 삼동윤리’라는 주제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성주는 평화의 성자로 회자되는 정산종사의 성지이다. 삼동윤리의 강령으로 첫 번째 동원도리(동원도리는 모든 종교와 교회가 그 근본은 다같은 한 근원의 도리인 것을 알아서 서로 대동 화합하자는 것), 두 번째는 동기연계(모든 인종과 생령이 근본은 다 같은 한 기운으로 연계된 동포인 것을 알아서 서로 대동 화합하자는 것), 세 번째는 동척사업(모든 사업과 주장이 다 같이 세상을 개척하는 데에 힘이 되는 것을 알아서 서로 대동화합하지는 것)의 세 가지를 소개했다.
기독교는 태초에 하나님이 있었다. 원불교는 물질의 노예가 된 이야기로 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정신적 주체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 소태산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원불교의 평화관은 낙원세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국가권력을 끌어 내린다고 또 다른 권력이 오지 않을까. 사드를 끌어 내린다고 해결 될까 또 다른 사드가 오지 않을까. 라는 궁극적인 지점에서의 논의주제를 열어갔다.
다음날로 이어진 ‘평화 실천 약속 만들기’ 대화마당은 원불교환경연대 유정길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향후 일상에서 실천할 행동지침을 함께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진택 목사는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것으로써 자기 고백하는 글들을 누군가를 향해 자기 스스로 성찰하면서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를 길거나 짧거나 써서 공개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자기 성찰과 자기 죄책고백이 필요하고 개개인도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조영옥(경북상주) 님은 통일 관련 생각꺼리들을 던져놓고 사회 공론화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중 하나가 아닌 통일문제만 가지고 정말 깊은 공유의 시간을 가지고 사회공론화의 바람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끝으로 한 해 동안 이 대화마당을 이끌어 온 전진택 목사는 ‘천군만마 같은 여러분이 오셔서 좋았다. 정리가 많이 되었다.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작은 실천을 모으고 또 다른 대화마당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틀에 걸쳐서 평화를 주제로 다양한 의견들과 논의지점들을 찾았다.
한반도 평화와 종교의 네트워크를 이루어내는 것도 하나의 과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혁명의 전환기에 어떻게 맞서 어떤나라를 준비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또 앞으로 공식적인 모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화두가 정해졌으며 언제든 대화마당을 마련하기로 했다. 모두 촛불을 밝히기 위해 바쁜 걸음을 재촉해야 했으므로 다음 대화모임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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