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미술인행동
요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광화문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초대한다.
청와대 국정농단사태가 민중들을 광장으로 불러낸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더 결집된 힘을 보여주고 있다. 혹자는 바람이 불면 촛불은 곧 꺼질 것이라고도 했으나, 흔들릴지언정 꺼지지 않는 잔잔한 촛불의 파도는 현장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꺼지지 않는 ‘촛불혁명’을 꿈꾸게 했다. 과거 80년 5월광주와 87년 6월 민중항쟁을 기억하는 세대, 2002년 월드컵과 대선으로 새로운 광장문화를 형성했던 세대가 지금의 청년들에게 이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건네는 한 마디의 말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광장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지난 2월 11일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을 맞이한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은 ‘바람 불면 꺼’질 법도 한 촛불로 뜨겁게 불타올랐다. 본지에서는 최근 문화예술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광장의 예술가들을 만났다.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이후부터 텐트촌을 이루고 농성장 혹은 작업장을 꾸미고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작품 전시, 퍼포먼스, 공연 등의 예술 활동을 펼쳐나갔다.
전시장 ‘궁핍현대미술광장’
광화문 북측 광장으로 향하다 보면 흰 천막을 된 ‘궁핍현대미술광장’을 만날 수 있다. 광장에 모인 문화예술인들 가운데 회화·사진·조각·판화·설치 등 시각예술 분야 작가들이 ‘국립현대미술관’을 패러디해 세웠다. 김준권 광화문미술행동대표(판화가)를 비롯한 광장의 미술인들이 모여 미술작품을 통한 시민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나누고 있는 현장이었다.
김준권 광화문미술행동 대표는 ‘광화문 미술행동’을 조직해 전시회를 열었고, 매주 전국의 미술인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갖가지 활동도 벌이고있다.
경찰 차벽을 시와 그림, 시민들의 자유 발언 등으로 채워 ‘차벽공략 프로젝트’도 광화문미술인행동에서 추진했다.
1월 28일 – 새해맞이 ‘촛불시민만복래’
설날이었다. 민족대이동으로 온 나라가 분주한 가운데 광화문광장에서는 캠핑촌 예술위원회와 함께 광화문 미술행동 새해맞이 ‘촛불시민만복래’ 설날 한마당이 열렸다. 이날은 촛불집회 대신 문화를 향유하는 행사로 설날 광장에 나온 시민들과 함께 했다. ‘광화문미술행동’의 판화작가들이 직접 세화를 찍어 주는 등 다양한 예술행위로 설날 광장에 나온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별히 이 날은 백기완 선생의 비나리와 풍물패 공연 등의 행사도 이루어졌다.
“이 썩어 빠진 세상에, 우리들은 지금 뭘 해야겠습니까?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양심밖에 없으니 어떻게 해야겠어요? 촛불을 들어야 합니다. 우리들이 든 촛불은 산들바람에도 간들간들 하지만 이 암흑을 발칵 뒤집어엎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돈이 주인이 아니고 사람이 주인인 세상, 남의 것을 빼앗은 사람이 당당한 사회가 아닌 너도 나도 바르게 잘 사는 세상, 새로운 세상의 씨앗을 티울 때까지 촛불이여 불을 밝힙시다. 그 옛날 장산곶마루에 북소리가 나면 임을 만난다고 했습니다. 광장에 우리들이 밝힌 촛불로 하여 희망을 만나게 되나니 촛불이여, 촛불이여 나서서 우리들의 희망을 밝힙시다.” – 백기완, 새해맞이 비나리 중 –
2월 3일 – 탄핵대길彈劾大吉 안민다경安民多慶 , 탄핵천하지대본
입춘이었다.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새해를 상징하는 날로 서예가 여태명 선생은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하는 뜻을 탄핵과 안민으로 바꿔 썼고, 서예가 박수훈 선생은 농업은 천하의 기본이라는 뜻의농자천하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을 탄핵천하지대본으로 바꿔 써 서예퍼포먼스를 선보였다.
2월 10일 – 전진하라 천만 촛불이여!
이날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났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광화문미술인행동이 전국의 작가들과 함께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로 문을 열었다.
김준권 광화문미술행동 대표는 “예술인 블랙리스트에 대한 증거가 낱낱이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국정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국회는 하루빨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예술인 블랙리스트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예가 여태명 선생은 대형 한지에 ‘박근혜 재벌 구속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조탄압 없는 세상’이라는 붓글씨를 쓰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편 비정규직 없는세상만들기 등 80여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새로운 세상, 길을 걷자, 박근혜-재벌총수를 감옥으로, 대행진 준비위원회(대행진 준비위원회)’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광화문미술행동과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소속 작가들이 만든 깃발을 들고 광화문까지 걸어서 행진했다.
그날이 오면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난 한 달간 매주 현장에서 작가들과 함께했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영광스럽게 이름을 올리고 이 땅의 민중들의 가슴에 큰 울림이 되는 작품을 남기고 있는 예술가들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예술가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들이 한 평생 일궈 온 작품과 삶이 그렇게 주목받지 못한 채 묻혀야 했다. 폭력이었다.
『개벽(開闢)』지(誌)는 1920년에 창간하여 1926년에 폐간되었다. 시인 이상화는 나라를 빼앗긴 참혹한 현실을 시로 표현했다. 1926년 『개벽(開闢)』 6월호에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했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다시 등장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언제쯤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2017년 3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다시 읽어 본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글 신채원 / 사진 정찬웅 / 사진제공 광화문미술인행동
김준권 박수훈
백기완 여태명